1일. 고독한 미식가 - 남쪽에서 만난 우연












  비행기 시간은 09시 40분. 아침이 제법 여유로울거라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터미널까지 30분, 버스가 1시간, 공항엔 두시간 먼저 도착해야하니 6시가 되자마자 집을 나선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을 무렵. 공항에 도착하니 사람이 정말 많다. 유럽에 갔을 때도, 오사카에 갔을 때도 이러지 않았는데. 설 연휴가 남아서, 골프를 치려고, 전지훈련,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다들 여행을 떠나는구나. 그리고 그 속에 나는 혼자 있다. 면세점에서 받은 장군이 옷이 너무 귀여워 기분이 좋다. 공항에 사정이 있는지 비행기 시간이 조금 밀렸다. 숙제검사하듯 여행하지 말자. 스물 하나 첫 여행을 마치고 했던 다짐을 지키자. 헤매고, 길을 잃자. 다시 다짐했다. 조금 더 지연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배터리 때문에 손목시계를 두고온 것이 영 불편하다. 열한시가 조금 넘어 자느라 넘긴 기내식을 받아먹고는 입국카드를 썼다. 시큼한 주먹밥과 빵, 귤로 허기를 지운다. 비행기 밖으로 보이는 타이페이의 날씨가 잔뜩 흐리다. 비행기는 점점 더 구름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메인역으로 가는 1819의 버스줄이 매우 길다. 약간 쌀쌀하고 습하지만, 적당히 다니기 좋은 날씨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짐이 많은게 조금 불편하다. 버스 창밖으로 보는 바깥 풍경이 친숙하다. 지난번에 다녀온 오사카나, 한국의 작은 동네같은 느낌이 든다. 건물 외벽은 대부분 낡았거나 볼품없다. 도로엔 일본차가 정말 많다. 도요타, 미쯔비시, 혼다. 숙소에 들러 짐을 넣고 다시 나왔다. 교통카드를 충전하고 중정기념당으로 갔다.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있다. 역사적으로는 매우 의미있는 공간이지만, 건물이나 광장의 시각적 볼거리가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다. 다만 타이페이의 전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타이페이 메인 역 앞 팀호완으로 갔다. 미슐랭1스타를 받은 딤섬가게, 1시간이 좀 덜되는 웨이팅타임 후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하가우, 샤오마이, 새우청편, BBQ번, 콜라1캔을 시켰다. 적절히 간 된 피와 단맛이 은은히 돌고 알이 크게 씹히는 새우, 이 집의 메인으로 아주 알맞는 하가우였다. 샤오마이는 계란으로 된 피, 버섯과 새우의 조화가 아주좋았다. 하가우보다 조금 더 간이 셌다. 새우청편은 부추인지 대만에서 나는 야채인지 신기한 채소 향이 났다. 조금 두꺼운 피가 다소 느끼하게 만들었지만 그럭저럭 좋았다. BBQ번은 소보루빵같은 번 안에 달짝지근한 돼지고기가 들어있다. 단맛의 끝. 이렇게 먹고 600TWD가 안나왔다.


















  방에 들어와 씻고 감기기운을 없애려 누웠다. 혼숙 호스텔을 잡았어도 진짜 혼숙을 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한국인 여자 3명과 방을 함께 쓰게 됐다. 광주에서 온 세 친구. 마침 또 동갑이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그들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나는 조용한 노래를 들으며 이불을 덮고 몸을 뉘었다. 열두시가 넘어 일행이 돌아왔고, 내일 저녁 맥주 한잔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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