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북쪽


  여덟시 쯤 일어났다. 우연히 룸메이트가 되신 분들은 아직 주무신다. 연락처를 남겨놓고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일정상 마지막 날이 빠듯할 것 같아 쇼핑을 미리 하러 시먼딩의 까르푸로 갔다. 까르푸 시먼점은 24시간이라서 좋지만, 시먼역에서 도보 15분정도의 거리로 멀다. 딱히 내 취향의 물건도 별로 없다. 밀크티, 방향제, 크래커 몇개를 샀다. 같은 까르푸 4층의 “스얼궈”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다. 10시30분에 연다더니 11시나 되어서야 자리를 안내받았다.  1인, 2인, 4인 다양한 훠궈를 내는 곳인데, 푸짐한 야채와 소고기를 직접 끓여먹을 수 있다. 두반장에 여러 간장과 고추 등을 섞어 만든 소스를 찍어 먹었다. 맛있게 먹고 숙소로 돌아와 단수이에 갈 준비를 했다.

















  빨간 라인을 타고 40분여 걸려 도착한 단수이. 사람이 정말, 정말 많다. 금요일 저녁 강남이나 홍대를 보는 느낌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가게, 음식, 사람구경하기 바빴다. 언덕쪽으로 걸어올라 소백궁, 담강고, 진리대학, 홍마오청을 구경했다. 담강고는 춘절기간이라 쉬었고, 진리대학은 여느 서울의 대학들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홍마오청은 이국적 분위기가 나서 좋았는데, 포인트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줄이 늘어져있었다. 돌아올 때 쯤엔 다리가 너무 아파 쉬면서 돌아다녔다. 원래는 워런마터우에서 일몰을 볼 생각이었지만, 배를 타는 줄이 너무 길어 마음을 접었다. 오는 길에 먹었던 대왕오징어튀김은 너무 느끼하고 오징어냄새가 많이 났다. “여기서 설 쇠고 가시는거에요?” 하는 오징어 파는 아주머니가 한국말을 너무 잘해 놀랬다. 한국에서 살다 오셨다고 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정비를 하고 샹산으로 간다. 누가 침을 뱉는 것 처럼 가랑비가 오더니 이내 그치고 바람만 세차게 분다. 샹산 역 앞에서 룸메이트들을 만나 산을 오른다. 한 달 전 성산일출봉을 올랐던 기억이 났다. 경사도 길이도 비슷했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 그럭저럭 오를만했다. 야경 포인트에서 보이는 타이페이의 밤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우뚝 선 101타워와 도시를 빛내는 조명들. 이 한장의 그림을 보기 위해 높은 곳 까지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온다. 아주 잠깐의 아름다운 순간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길고 큰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땀을 식히고 천천히 걸어내려간다. 
















  스린야시장엔 사람도, 먹을것도 천지다. 군중의 밀집이 병적으로 싫은 나에게 조금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그럭저럭 신기한것이 많아 잘 적응하고 다녔다. 군데군데 취두부를 튀기는 집이 있어 조금 고생을 했다. 큐브스테이크, 차 바퀴모양 빵, 왕자치즈감자, 당고, 오징어, 가리비, 맥주, 닭튀김, 우유튀김을 먹었다. 이때쯤부터 허리랑 다리가 조금 아팠지만, 맥주 한잔에 그냥 다 넘길 수 있었다. 재밌게 놀고 간식을 조금 챙겨 숙소로 돌아왔다. 마지막 밤이 아쉬운 룸메이트들과 목을 축이며 새벽을 넘긴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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