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2, 일층에서 만난 사람들



기상. 8시. 늦었다. 첫 날 밀린 비행기와 감기기운때문에 미뤄뒀던 고궁박물원을 오늘은 꼭 가기로 했다. 서둘러 나온다는게 9시가 조금 넘었다. 스린역에 내려 잠시 고민하다 아침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연어초밥이 8피스 들어있는 도시락이 80원, 우리돈으로 3천원정도. 콜라까지 해서 4천원에 아주 황송한 아침을 먹었다. 스린역에서 버스를 타고 15분정도, 고궁박물원에 도착했다. 카드를 내릴때, 탈 때 찍는 버스가 따로 있다는게 참 신기했다.
















  국제학생증(ISIC)이 있어, 티켓을 150원(기본 250원)으로 할인받았다. 괜히 기분이 좋다. 중국의 역사적인 문화재, 특히 가구나 옥, 조각등이 많았다. 오디오가이드를 쓰면 더 좋았겠지만, 그럭저럭 영어로 읽어가며 보는것도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층별로 천천히 구경을 마치고, 3층에 올라가니 크게 줄을 선 라인이 두 군데가 있다. 옥배추, 작은 종을 보기 위한 줄이다. 사람들 사이에 낑겨서 간신히 구경을 했다. 마치 진짜 배추를 그대로 렌더링해놓은 것 같은 옥배추가 참 인상깊었다.



















  박물원을 즐기고 나오니 열두시가 넘었다. 한시쯤 동먼역에 도착하니 이미 딘타이펑 앞엔 꽤 많은 사람들이 번호를 기다리고있다. 나도 번호를 받아 30분정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합석이 가능하면 들어가실 수 있다는 말에 냉큼 안으로 들어갔다. 샤오롱바오, 샤오마이, 새우볶음밥을 시켰다. 일부러 본점에 왔기때문에 더 큰 감동을 끼리라 기대 했는데, 한국에서 먹은 것과 많이 다르지않았다..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동먼 주변을 구경했다.

















  국부기념관 입구엔 나보다 조금 어린 학생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단체로 춤 연습을 한다. 내부로 들어서니 근위병교대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서있다. 관람실을 어느정도 둘러보고 돌아와 근위병 교대를 봤다. 유독 발재간과 구두소리가 큰 것, 동작은 유연하고 너무 딱딱하지 않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저것 둘러보다 두 번의 교대식을 보고 걸어나왔다.  저녁을 먹기 위해 키키레스토랑으로 간다.

















  대만의 유명 연예인이 운영해 더 유명해진 이 레스토랑은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메뉴를 내어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져있다. 부추꽃볶음, 계란두부튀김, 새우요리가 유명한데, 나는 부추꽃볶음과 두부튀김, 그리고 아사히 맥주 한잔을 시켰다. 양 옆 테이블의 한국인들이 여러 메뉴를 시켜 먹는것이 부럽기는 했지만, 나 혼자 맥주 한잔과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계란두부튀김의 아주 부드러운 식감이 참 신기했고, 부추꽃 볶음은 한국에서 다시 먹고싶은 맛이었다. 다만 너무 매워서 조금 힘들었다.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속을 다시 정리했다. 대만은 어딜 가도 점원들이 기본 한국어를 잘 한다. 물론 영어로 하는게 훨씬 편하다.

















  일곱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이 도시의 가장 높은 곳, 랜드마크, 타이페이101에 오른다. 미리 예매를 해두어 여덟시쯤 올라갈 수 있었다. 그때 만났던 일행이 아쉬웠다고 했던 풍경은, 맑은 날씨 덕분인지 참 아름다웠다. 오사카 이후부터 다니는 도시마다 꼭 전망대를 오르게 되는데, 비싼만큼 전망대는 늘 그값을 하는 것 같다. 도시의 빛은 높은데서 볼 때 역시 예쁘다. 숙소로 가는 마지막 길, 용산사에 들렸다. 나는 괜히 기도를 했다.

















  돌아와 몸을 씻고 일층으로 내려오니, 여자분 넷이서 나를 빤히 본다. 한국인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하셨나보다. 바로 대답을 드렸고, 테이블 하나를 두고 둘러 앉았다. 갓 스물이 된 혼자온 남자 하나, 이제 헌내기가 된 스물 하나 여자 넷, 그리고 나. 시덥잖은 얘기로 마지막 밤을 맥주와 함께 보낸다. 참 풋풋한 시간. 잠들기 위해 오르는 계단이 유독 가파르다.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보내는 것에도 가슴이 충만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향으로 커피를 마셔도 끝에 쓴맛을 느끼는 것처럼, 혀 끝의 떫은 맛을 알아야 와인을 즐기게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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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북쪽


  여덟시 쯤 일어났다. 우연히 룸메이트가 되신 분들은 아직 주무신다. 연락처를 남겨놓고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일정상 마지막 날이 빠듯할 것 같아 쇼핑을 미리 하러 시먼딩의 까르푸로 갔다. 까르푸 시먼점은 24시간이라서 좋지만, 시먼역에서 도보 15분정도의 거리로 멀다. 딱히 내 취향의 물건도 별로 없다. 밀크티, 방향제, 크래커 몇개를 샀다. 같은 까르푸 4층의 “스얼궈”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다. 10시30분에 연다더니 11시나 되어서야 자리를 안내받았다.  1인, 2인, 4인 다양한 훠궈를 내는 곳인데, 푸짐한 야채와 소고기를 직접 끓여먹을 수 있다. 두반장에 여러 간장과 고추 등을 섞어 만든 소스를 찍어 먹었다. 맛있게 먹고 숙소로 돌아와 단수이에 갈 준비를 했다.

















  빨간 라인을 타고 40분여 걸려 도착한 단수이. 사람이 정말, 정말 많다. 금요일 저녁 강남이나 홍대를 보는 느낌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가게, 음식, 사람구경하기 바빴다. 언덕쪽으로 걸어올라 소백궁, 담강고, 진리대학, 홍마오청을 구경했다. 담강고는 춘절기간이라 쉬었고, 진리대학은 여느 서울의 대학들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홍마오청은 이국적 분위기가 나서 좋았는데, 포인트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줄이 늘어져있었다. 돌아올 때 쯤엔 다리가 너무 아파 쉬면서 돌아다녔다. 원래는 워런마터우에서 일몰을 볼 생각이었지만, 배를 타는 줄이 너무 길어 마음을 접었다. 오는 길에 먹었던 대왕오징어튀김은 너무 느끼하고 오징어냄새가 많이 났다. “여기서 설 쇠고 가시는거에요?” 하는 오징어 파는 아주머니가 한국말을 너무 잘해 놀랬다. 한국에서 살다 오셨다고 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정비를 하고 샹산으로 간다. 누가 침을 뱉는 것 처럼 가랑비가 오더니 이내 그치고 바람만 세차게 분다. 샹산 역 앞에서 룸메이트들을 만나 산을 오른다. 한 달 전 성산일출봉을 올랐던 기억이 났다. 경사도 길이도 비슷했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 그럭저럭 오를만했다. 야경 포인트에서 보이는 타이페이의 밤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우뚝 선 101타워와 도시를 빛내는 조명들. 이 한장의 그림을 보기 위해 높은 곳 까지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온다. 아주 잠깐의 아름다운 순간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길고 큰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땀을 식히고 천천히 걸어내려간다. 
















  스린야시장엔 사람도, 먹을것도 천지다. 군중의 밀집이 병적으로 싫은 나에게 조금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그럭저럭 신기한것이 많아 잘 적응하고 다녔다. 군데군데 취두부를 튀기는 집이 있어 조금 고생을 했다. 큐브스테이크, 차 바퀴모양 빵, 왕자치즈감자, 당고, 오징어, 가리비, 맥주, 닭튀김, 우유튀김을 먹었다. 이때쯤부터 허리랑 다리가 조금 아팠지만, 맥주 한잔에 그냥 다 넘길 수 있었다. 재밌게 놀고 간식을 조금 챙겨 숙소로 돌아왔다. 마지막 밤이 아쉬운 룸메이트들과 목을 축이며 새벽을 넘긴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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